꽃을 꺾지 않을 결심
예쁘다. 비온뒤 촉촉히 빗물을 머금은 철쭉이 펼쳐진 대화동 뒷산을 오르며 연신 감탄이 나온다.
작은 산이지만 오밀조밀 아기자기 아름다움이 배어 있고 토끼조차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편히 쉬어가는 동산이다.
똑똑 부러지는 소리에 눈이 돌아간다. 어느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께서 철쭉을 열심히 꺾고 있다.
가운데에는 분홍색, 주변에는 흰색 철쭉을 배치한 걸 보니 미적 감각도 있으신 듯 하다.
할머니를 아니 애인을 갖다 주시려나 속으로 생각한다.
한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꺾인 꽃은 시들어 가며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
꽃은 바라만 보고 자연에 맞기는 게 더 좋은 일 아닌가 …
꽃을 한아름 안고 내려가는 할아버지를 보며 꽃을 그냥 놔두라고 속으로 외치는 발걸음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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